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 대화,

우리는 욕구를 절제하는 사회에서 자랐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욕구를 돌보는 데 서툴고 욕구가 좌절될 때 분노로 표현된다고 한다.

즉 분노 뒤에는 표현할 수 없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화를 냈을 때, 또는 자기 속에서 화가 났을 때 그 근저에 있는 욕구를 찾아 쓰다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분노는 비극적으로 표현된 욕구라고 정의한다.

파라는 감정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파가 감추고 있는 욕구를 보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실마리로 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고 연락이 왔을 때 아내는 자신의 상태에 따라 기분이 좋거나 화가 날 수도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하고 싶다면 남편의 늦은 귀가는 기분이 좋을 것이고,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남편의 늦은 귀가 소식에 화가 날 것이라고 한다.

외부는 화의 원인이 아니라 자극일 뿐이라는 시선을 유지한다.

요즘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이런 관점을 접하면 내 분노 뒤에 숨겨진 욕구를 탐색하게 된다.

분노를 삭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다.

화가 날 때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고 욕구를 올바르게 표현하고자 하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방법론적으로는 사람의 행동에 대해 가치 판단, 해석을 금지한다.

행동을 그저 관찰하고 느낌을 그대로 말하고 욕구를 인식하고 부탁을 하는 방법이다.

각 챕터마다 연습 문제가 있다.

관찰인지 평가인지 느낌인지 판단인지.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글이지만 대부분 평가와 판단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서 정말 친절하신 분이네요. 이 멀쩡한 칭찬은 판단이 선 문장이다.

이런 식으로 사정문으로 말하지 않고, 당신이 도와줘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한다.

사실 어렵지 않은 문장이지만 내 언어 습관상 잘 쓰지 않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 언어는 주로 평가와 판단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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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내가 사고형이라 가슴형들과 대화할 때 종종 어려움에 빠졌기 때문이다.

가슴의 형들이 내 어휘 구사에 상처받았다고 다들 말해서 고민이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지만 깨달은 만큼 실천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일단 노력은 조금 해볼 생각이다.

상대의 상황을 분석이 아닌 공감을 주는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인식 단계에 들어섰으니 일상에서 실천해 볼 일이다.

공감은 성난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폭발적인 힘을 갖고 있다.

비폭력대화법이 만능 해법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쪽에 치우친 언어세계에서 중심을 감정 쪽으로 조금은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아 집중이 잘 안 되는 며칠을 보냈다.

가까운 과거에 누군가에게 화가 날 만한 사건을 소환했다.

내 속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또는 억압된 욕구를 엿보기 위해 산란하며 여전히 산란하고 있다.

마셜 B. 로젠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