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띠

그들의 주제는 결국 내것이다.

이렇게 평생 같은 고민을 한다.

우리는 결국 모두 같은 인간이었다.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예전에는 주말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또 다른 배움의 길을 찾았지만 지금은 나이 탓에 탈진한 걸까, 아니면 열정이 사라진 걸까.바닥난 힘을 모아 뭔가 특별한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생각에 문득 이 시간이면 팀장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들려 괴로움에 젖을 뻔했지만 모처럼 맞은 자유시간을 집에서만 보낼 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뫼비우스 띠 1

사실 뭘 할까 하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겨를이 없다는 핑계로 읽다 말고 책 한 권과 가장 간단한 놀이인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오래 앉아 있을 요량으로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구석에 걸터앉아 세팅을 했다.

노트북을 켜고 각종 기사를 읽다 보면 잔잔한 캐럴 노래를 들으며 들어온 옆자리 여학생들의 즐거운 목소리.시험 끝나고 이렇게 쉬는거 오랜만이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는 시간 근데 막상 쉬니까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얼마 전에 시험이 끝난 것 같아.그들의 대화를 처음부터 결심하고 들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내 감정을 읽은 듯한 문장에 그들의 대화를 좀 더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주제는 돌고 돌았고 주제는 뫼비우스의 띠였다.

대화의 주제는 여러 단어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가장 보편적인 몇 개의 주제로 귀결되었고 그 키워드에 대한 결론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뫼비우스의 띠 속 어딘가에 계속 갇혀있었다.

인간관계, 앞으로의 미래.

나와 여학생은 적어도 열 살 차이이다.

그리고 그들과 내가 처한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그런데 들어보니 익숙한 고민이었다.

그들의 주제는 결국 내 것이었다.

상황, 나이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충분히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공부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서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10대 때, 무엇을 할까 무서웠지만, 꽤 확실했다.

좋은 대학만이 내 인생을 보장해 줄 것 같았다.

먼 미래를 그릴 때도 있었지만 맨 앞에 닥친 목표를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고 전진했다.

원하는 대학, 그럴듯한 학과 가기

20대 때 무서웠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그래도 청춘이란 나이를 내걸고 두려움에 부딪쳤다.

그리고 30대가 되면 정말 그때가 되면 답을 찾고자 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버텼다.

어느덧 30대가 됐어 무서워1020대 때 그린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한 작은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이렇게 일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나이 들어서 뭐하지?라는 단어만 바꿔도 이렇게 평생 똑같은 고민을 한다.

우리는 결국 모두 같은 인간이었다.

뫼비우스 띠 2

두 여학생이 집에 갈 때쯤 됐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에게 많은 생각을 심어 주고, 다른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당장 주어진 고민을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고 더 나은 삶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이런 고민들이 해결되면 또 다른 고민이 찾아올 것이고 인생에 대한 답은 어쩌면 없을 수도 있고 평생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당장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밤 머리를 싸맬 필요가 있을까.

마흔의 나 여전히 이런 고민을 하겠지 에라잇, 나도 지금 고민은 이 카페에 남겨두고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