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거리 이보영 [영화 주저리] 비열한 거리, 2006

오랜만에 [비열한 거리]를 또 봤어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문득 조인성이 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지금까지 살면서 도대체 몇 번 봤는지 세기도 힘들다.

그냥 너무 많이 봤을 뿐이라서. 재밌고 난 원래 이런 장르를 좋아해 범죄 – 스릴러 – 하드보일드 – 밑바닥 인생 이런 키워드. 딱히 제가 밑바닥 인생을 산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쨌든 2006년 조인성은 깍두기 머리만 해도 잘생겼고 풋풋한 기분이었다.

이때 남궁민은 지금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나약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보영은 음사기네. 뭐랄까 상견례 프리패스 교본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냥 이보영 예쁘다는 칭찬이다.

저는 워낙 비극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주인공들의 꿈과 희망이 깨지고 굉장히 처참하게 무너지고 비정함만 가득한 그런 세상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다.

분명히 [비열한 거리]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 그래도 조인성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ㅠㅠㅠ”라는 심정으로 봤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것 치고는 이 작품을 만든 유하 감독의 비정함 트릴로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강남 1970은 정말 소서였다.

나는 오히려 유하 감독의 작품 중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가장 좋아한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엄정화는 뭘 해도 잘하는 사람이구나…라며 감탄했다.

가수가 되든 배우가 되든 그냥 타고났다는 거다.

건달도 치고, 회로 사람을 괴롭혀도 순수함이 남아있는 주인공이라서…그 시절에는 통용되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좀 힘들 것이다.

아마 유하 감독은 동화를 만들어도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너무 분위기가 극단적이야. 굉장히 희망에 차 있었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절망감의 낙차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한다기보다는 본인이 추구하는 세계랄까, 그런 느낌. [강남 1970]으로 그것은 종지부를 찍었으니 이제 새로운 구상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같은 느낌의 씁쓸함이 남는 로맨스물을 다시 한번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뭐 ‘비열한 거리’는 오랜만에 다시 봐도 즐거웠고 조인성은 그저 키가 크고 잘생겼고, ‘강진-말벌’만 머릿속에 아직 남아있다는 망설임이었다.

저는 이제 지쳤어요. 말벌!
말벌!

(사진 출처 : https://thick-skinnned.tistory.com/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