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가죽’으로 가방을 만들까? 에르메스는 왜 ‘버섯

대체 가죽 빅토리아 백을 만든 에르메스 브랜드 에르메스 Herm ss가 버섯으로 만든 인조가죽 가방 소재로 사용하게 돼 화제다.

대상은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빅토리아 가방이다.

에르메스는 이번 신제품 출시를 위해 버섯 균사체 소재의 반죽을 업계에 처음 도입한 미국 바이오텍 기업 마이코웍스 Myco Works와 3년에 걸쳐 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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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균사체 소재의 반죽으로 만들어지는 빅토리아 백 이미지. 출처|마이코웍스

균사체 mycelium은 실이나 솜털, 뿌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실상 버섯의 몸체다.

우리가 먹는 버섯은 자실체로 불리는 균사체는 자실체를 식재료로 수확해 유통된 뒤에도 무한히 키워 재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지속가능 소재로 꼽힌다.

2007년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에코베이티브Ecovative가 처음으로 균사체를 연구해 스티로폼을 대체할 포장재로 개발했고, 이후 2010년 마이코웍스가 균사체로 만든 원단을 패션업계에 처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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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코웍스의 최신원단 “레이시.”의 이미지출처|마이코웍스

새로운 빅토리아 백에 사용될 마이코웍스 원단 이름은 실바니아로 에르메스의 요청에 따라 그들이 지난해 발표한 최신 원단 “레이시”보다 업그레이드하여 제작한 것이다.

마이코웍스는 실바니아의 내구성과 강도, 질감에 독점적인 특허기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럭셔리 브랜드가 협업해 만든 비건 가죽의 품질은 어떨까. 마이코웍스는 품질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럭셔리 브랜드도 얼마든지 전통과 장인 정신을 지키는 품질 실현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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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킨백, 볼리도백, 켈리백 이미지출처|에르메스 인스타그램

새로운 빅토리아백 제조 공정은 다른 에르메스 가죽 제품 제작 때와 마찬가지로 이뤄진다.

마이코웍스가 실바니아를 프랑스 에르메스 공장에 파견하면 그곳의 제혁 장인들이 무두질과 마감 처리를 하여 에르메스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도록 가공한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원단으로 가방을 제작한다.

실바니아는 100% 식물성이고 생분해성이지만 새 빅토리아백색도 비건백이 아니다.

손잡이는 지금처럼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새 빅토리아 가방은 올해 말부터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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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II four re-tout 35. 이미지 출처 | 에르메스

동물 가죽의 사용은 과거에는 잔혹한 도살 처분으로 인해 비판받았다.

최근에는 육류와 가죽의 수요가 늘어나 규모가 커진 축산업의 탄소 배출량이 지적되고 있다.

에르메스는 모피와 가죽을 주요 소재로 사용해 온 고급 브랜드 중에서도 대체 소재 사용에 가장 보수적인 회사 중 하나다.

샤넬, 멀버리, 웨스트우드, 마이클 코어스, 폴 스미스 등이 잇따라 자살한 악어와 타조 가죽의 사용 중단을 선언했지만 에르메스는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호주 노던 준주에 최대 5만 마리에 이르는 역대급 악어농장을 만들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동물복지활동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2015년에는 버킨백 이름의 주인공인 프랑스 배우 겸 뮤지션인 제인 버킨이 악어가죽 제조 공정을 담은 충격적인 영상을 보고 제품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에르메스의 이번 결정은 나름의 타협안으로 무거운 첫 시도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이 흐름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인 악어가죽 소재 켈리백이나 버킨백 등 다른 제품군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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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로 만든 뷔스티에와 팬티 이미지출처|스텔라맥카트니

한편 비동물성 대체 인조가죽 사용 트렌드는 패션업계로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마이코웍스는 지난해 존 레전드, 내털리 포트먼 등 부자를 포함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4,500만달러의 투자액을 유치했다.

마이코웍스의 후발주자인 볼트 스레드Bolt Thread도 지난해 대량생산으로 켈링, 아디다스, 룰루레몬, 스텔라 매카트니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볼트 스레드의 균사체 소재 원단 마일로로 가방을 만든 스텔라매카트니는 올해 3월에는 마일로로 만든 의류인 뷔스티에와 팬츠를 선보였다.

글 |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박수진([email protected])자료제공 | 마이코웍스, 스텔라맥카트니, 퍼스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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